디자인 정체기.
직장인이든 프리랜서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느는 속도가 점점 더 더뎌진다. 학생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로워 배울 게 많고, 취업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열정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실력이 쌓여 취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일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일의 양이 많아지면서 따로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흔히 ‘정체기’가 찾아온다. 일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지만, 학생 때만큼의 절박함이 사라지고, 비슷한 일만 반복하다 보면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디자인은 학문적 깊이가 매우 깊고, 트렌드 변화도 빨라서 평생 디자인만 공부해도 모든 것을 다 익히기는 어렵다. 나 역시 연차가 쌓이면서 성장 속도가 더뎌졌지만, 다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정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가르침이었다.”
가르침에서 배우다.
현업에서 클라이언트의 디자인을 하던 중, 우연히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재미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디자인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디자인 기초 이론을 9가지로 나누어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이후 매달 수강생을 모집해 이론을 가르치고 과제를 내주며 피드백을 했다. 이 활동을 통해 얻은 정보는 내가 10년 동안 혼자 공부하며 얻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우선, 이론을 가르치며 이론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되었다. 학생 때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 잘 몰라 선생님을 믿고 배우면 된다. 하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틀린 정보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알고 있는 지식도 더 정확하게 확인하며 한 번 더 공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기도 한다.
500배 빠르게 배우기
처음 1기부터 10기까지는 사진 찍기와 이론을 간단한 도형으로 표현하는 드로잉 과제를 내주었고, 11기부터는 이론이 적용된 디자인 포스터를 찾아 분석하기와 직접 포스터 디자인하게 했다. 매주 과제를 통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접하게 되었고, 학생들이 작성한 분석 글을 통해 나와 다른 시각으로도 보게 되어 내가 놓쳤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주 피드백을 하면서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능력도 향상되었다.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 수강생을 가르쳤고, 한 기수는 4주간 진행되며 매주 4개 이상의 과제가 주어졌다. 모든 학생이 열심히 과제를 수행하지는 않았겠지만, 최소한 5,000개 이상의 사진과 디자인을 보고 피드백을 했다. 숫자로 계산해 보니, 이렇게 많은 양을 15개월 동안 스스로 공부하려고 했더라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의를 만들고 나서 매주 반강제로 공부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현업에서 후배를 멘토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후배를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더 깊은 지식과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멘토링도 같은 원리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깊이 배우고 싶다면, 사람들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공부해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아무런 준비 없이 가르치는 것은 안 된다.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을 쌓은 후에,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고 느껴질 때 가르치는 게 좋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든 수강생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발전을 돕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뇌과학적 근거
이 글을 Chat-Gpt를 통해 뇌과학적인 근거로 어떻게 학습 원리가 적용되는지 물어보았다.
1. 메타인지(Metacognition)
글에서 강조된 “가르침을 통해 배우는” 과정은 메타인지와 깊이 연관됩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가르칠 때, 선생님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전달할지를 고민하며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식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모르는 부분을 발견하며 이를 다시 공부하게 되죠. 이로 인해 학습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뇌과학적으로, 메타인지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두엽은 계획, 문제 해결, 자기 인식과 같은 고차원적인 인지 활동을 담당하는데, 가르치는 경험을 통해 이러한 능력이 더욱 활성화됩니다.
2. 피드백과 강화 학습(Feedback and Reinforcement Learning)
글에서 언급된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과정은 피드백 기반 학습 원리를 잘 보여줍니다. 피드백은 학습자가 잘못한 부분이나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이를 통해 뇌는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학습합니다. 피드백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dopamine system)을 자극하는데, 도파민은 보상과 동기부여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긍정적 피드백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학습에 대한 동기를 높이고, 부정적 피드백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킵니다.
뇌과학적으로는, 이 과정은 뇌의 보상 시스템(reward system)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선조체(striatum)와 같은 부위가 활성화되며, 이를 통해 학습자가 피드백을 통해 얻은 교훈을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3.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과 문제 해결 능력(Problem-Solving Skills)
가르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적응적 학습(adaptive learning)과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뇌는 이를 기존의 지식 구조에 통합하거나,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틀을 변형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는 신경 과정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시냅스 가소성은 새로운 경험에 따라 뇌가 물리적으로 변하며 더 효과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입니다.
가르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다양한 학생들의 관점을 접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도 크게 기여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뇌는 전두엽과 측두엽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정보 처리를 수행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신경망이 강화됩니다.
4.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
글에서 나오는 가르침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는 사회적 학습의 형태입니다. 사회적 학습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이나 생각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과제를 통해 서로의 결과물을 보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사회적 학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뇌과학적으로, 사회적 학습은 거울 뉴런 시스템(mirror neuron system)과 관련이 있습니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하는 것을 볼 때 자신이 그 행동을 직접 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신경세포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학습자들이 다른 사람의 작업을 관찰하며 배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5. 지식의 강화와 장기 기억(Consolidation and Long-Term Memory)
이론을 반복해서 가르치며 더 깊이 공부하게 되는 과정은 지식의 강화(consolidation)와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형성에 기여합니다. 학습된 정보가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데는 반복적인 복습과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가르침을 통해 지식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활용하게 되면, 해당 정보가 더욱 견고하게 뇌에 저장됩니다.
뇌과학적으로, 장기 기억 형성은 해마(hippocampus)와 관련이 있으며, 반복적인 학습은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기억이 전이되는 과정을 촉진합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더 오래 지속되는 지식을 얻게 됩니다.